기획은 기획자만 하는 게 아니다.
식당을 고르는 일, 메뉴를 선택하는 일,
퇴근 후 만날 친구를 정하는 일,
영화를 고르는 것부터 주말 일과를 정하는 일,
모두가 기획이고, 우리는 매일 기획을 한다. (20p)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글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도 같은 의미의 비슷한 문장이 있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기획의 연속이다. (290p)
따라서 이 책은 비단 직업적 기획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어도 무관한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스토리를 풀어주다가 곧 현대인의 삶으로 그 해석과 적용을 확대한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반복되는, 별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이것에서 벗어나 생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영원할 지도 모를 '동일한' 조건 속에 사는 우리들.
그 안에서 '내일의 가장 자리'에 머무르는 대신
조금씩 꾸준히 생활에 틈새를 낼 수 있는 '차이'의 습관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내일'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36p)
나는 이 챕터를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페이지 여백에 적어 두었다. 이런 질문 자체가 '조금씩 다른 차이'의 습관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저 당연하듯, 아니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가던 반복되는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만드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직업 기획자로서의 저자가, 독자의 인생 기획을 고민하게 만드는 이 책에서, 인생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도 몇가지 얻을 수도 있었다. 하나는 독서(곧 배움)이며, 또 하나는 관찰이다. 어제와 오늘에 작은 차이를 만들려면, 먼저 일상 자체를 온전히 느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그저 무의식중에 지나치던 행인들의 옷차림, 그들이 나누는 대화, 그저 무심코 넘기던 인스타그램 포스팅들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번뜩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내던 저자의 이야기가 꽤나 유익하다.
늘상 보이던 것들의 이면,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할 수 있을 때, 우리 삶도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적어두기
1. 세상엔 배울 것 투성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알지 못하는 대상과 마주한다. (126p)
→ 메모: 모르는 게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 세상의 누구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는 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이며, 아는 것을 떠벌리는 시간보다 질문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2. 대화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68p)
→ 메모: 대화와 관련된 사업을 구상해도 좋겠다. 따지고보면 소셜미디어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퀄리티를 보장하는 긴글 작성 플랫폼은 어떨까?
3. 자비의 원리 :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때, 상대가 합리적이라는 가정 하에, 그의 논증이 참이 되는 방향으로 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태도. (180p)
→ 메모: 논리적인 흠이나 비약이 있더라도, 사상대에게 유리하게, 그 의도를 이해하는 것. 요즘 뉴스를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 이슈가 되고 논란이 된다. 혹여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문맥 상 충분히 의를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상대의 말의 의도를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굳이 아니꼽게 이해하는 악플러들도 많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비난이 아닌 발전적인 무엇인가를 꾀한다면, 대화에 자비의 원리가 필요하다.
4. 대화는 말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언어적 요소와 준언어적 요소로 이루어진다.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서 우린 두가지 기호체계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189p)
→ 메모: 준언어적 요소는 제스쳐, 억양, 시선, 표정, 뉘앙스, 성량 등을 포함한다고 한다. 말을 할 때 준언어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는 중고등부 설교를 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내용 없이 겉치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메세지의 의도와 진정성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준언어적 요소도 기술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5. 들어서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05p)
→ 메모: 음도 마찬가지다. 설명명할 수 없으면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저자의 이 표현에 하나 더 조건을 더했다.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되,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이 모호하다면, 아직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명료하게 알면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
6. 집행된 모든 광고는 저 마다의 논리와 탄생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 추론할 거리가 많다. 내부 기업 관점, 경쟁 관점, 고객 관점에서 광고에 대한 추론을 해보는 건 그래서 해볼 만한 일이다. (256p)
→ 메모: 사고력 훈련, 인사이트를 높이는 재밌는 훈련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블로에 한 번 시작해봐야겠다.
7. 286p
→ 메모: 이미지 게시물의 의도. 사진 너머에서 읽을 수 있는 욕구, 트렌드, 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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